하나님께서는 식언하지 않으시는 분이시기에,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백성들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민수기 30:1-16을 통하여 명령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연약함까지도 알고 계신 하나님은, 우리가 경솔하게 약속하거나 서원한 것들까지고 보호하시는 규정들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연히, 혹은 무의미하게 선포되는 일이 없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 역시 우리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깊으신 은혜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오늘 본문이 너무나도 오래전에 주신 말씀이어서 오늘 우리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 말씀 속에서, 빠르게 변하고 약속의 무게가 때로 너무나 가볍게 여겨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실제적인 가르침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하고 또 받습니까? 작은 약속부터 인생의 중요한 서약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약속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이 약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그리고 그 약속들이 우리 삶의 질서와 공동체의 아름다운 화합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기를 원하실까요?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는 그 해답을 찾아가며, 특별히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먼저 본문 2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민수기 30:2,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뜨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할 것이니라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말을, 특히 하나님께 드린 약속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지를 보여줍니다. 왜일까요? 하나님 자신이 약속에 신실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한 번 하신 말씀을 반드시 지키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약속은 단순한 다짐을 넘어,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참여하는 거룩한 행위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말은 우리 마음의 표현이며, 하나님과의 관계의 진실성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연약하여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려움을 피하고자 경솔하게 약속할 때도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먼저 "생각하고 말하는" 지혜를, 그리고 한번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교훈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임감 이전에, 하나님은 우리의 진심을 원하신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형식적인 맹세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고백과 헌신을 하나님은 기뻐 받으십니다.
이제 본문은 여성, 특히 아버지의 집에 있는 딸이나 남편이 있는 아내가 한 서원에 대해 자세히 다룹니다. 언뜻 보면 이는 고대 사회의 가부장적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억압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와 지혜에 초점을 맞춘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직 미숙한 딸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서원하거나, 아내가 가족 전체의 생계를 뒤흔들 만한 엄청난 약속을 남편과 상의 없이 해버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결과는 어떠할까요? 개인의 열정은 칭찬 받을 만하며 대단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가족 전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지거나 공동체가 깨어진다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원하실까요?
하나님께서는 아버지나 남편이 그 서원을 듣고 "그 날에" 허락하지 않으면 그 서원이 무효가 되도록 하셨습니다. 이러한 명령을 하신 이유는 독단적인 권한 행사가 아니라, 가족을 보호하고 지혜롭게 판단할 책임을 부여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경솔한 약속으로 인해 평생의 짐을 지거나,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놀라운 은혜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나 남편에 의해 서원이 무효화될 때, 성경은 반복해서 "여호와께서 그 여자를 사하시리라" (5절, 8절, 12절)고 선포합니다. 할렐루야!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충동적인 모습과 관계의 복잡성을 이미 모두 알고 계십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 규정은 책임을 회피하는 구실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 안에서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열어주신 은혜의 통로입니다.
비극적인 예로, 사사 입다는 경솔한 서원 때문에 사랑하는 딸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사사기 11장). 만약 그에게 민수기 30장의 지혜, 즉 그의 서원을 재고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은혜의 원리가 적용되었다면 어떠했을까요? 반대로, 한나는 하나님께 드린 서원을 남편 엘가나의 지지 속에서 신실하게 이행하여 큰 축복의 통로가 되었습니다(사무엘상 1장). 이처럼 하나님의 지혜는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하고 생명으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은 또한 과부나 이혼한 여자의 서원은 그 자신이 온전히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9절).
민수기 30:9, 과부나 이혼 당한 여자의 서원이나 그가 결심한 모든 서약은 지킬 것이니라
하나님께서 9절과 같이 분명하게 말씀하신 이유는, 하나님께서 여성의 자율성과 책임을 인정하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남편이 아내의 서원을 듣고도 제때에 분명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나중에야 무효화하려 한다면, 그 남편이 아내의 죄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15절 후반).
이 말씀들을 통하여 우리가 깨닫게 되는 진리는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책임을 다할 때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셨든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사랑과 신중함으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아름다운 질서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평안과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성도 여러분, 그렇다면, 오늘 본문의 말씀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떤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까?
첫째, 지혜롭게 생각하고, 진실하게 말하는 삶을 삽시다. 중요한 약속을 하기 전에, 이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지, 나 자신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도하며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단 약속했다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닮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둘째, 사랑과 존중으로 소통하는 관계를 세웁시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지혜를 모으십시오. 오늘 본문의 원리는 일방적인 통제가 아니라, 사랑의 질서 안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함께 세워가는 것입니다. 사무엘상 25장의 아비가일처럼, 지혜로운 소통은 파국을 막고 평화를 가져옵니다.
셋째,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를 깊이 경험하고 나누십시오. 우리는 모두 연약하여 실수하고 넘어질 때가 있습니다. 경솔한 약속으로 후회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사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연약함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회복을 돕는 은혜의 통로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우리의 궁극적인 약속의 보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시다. 우리의 모든 약속은 불완전할 수 있지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언제나 "예"와 "아멘"이 됩니다(고후 1:20). 우리가 신실하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힘도, 바로 이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부터 흘러나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의 말씀은 단순한 규칙의 목록에 대한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편지이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자유롭고 풍성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혜의 안내서입니다. 이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깨달아, 우리의 모든 말과 약속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우리 이웃에게는 축복이 되며, 우리 자신에게는 참된 평안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생명의 삶 묵상] 민수기 31장 13절-24절, 죄를 경계하고 정결을 회복하는 삶 (1) | 2025.05.29 |
---|---|
[생명의 삶 묵상] 민수기 31장 1절-12절, 하나님의 공의와 크신 은혜 (0) | 2025.05.28 |
[생명의 삶 묵상] 민수기 29장 12절-40절, 기쁨의 절기에 드리는 예물과 감사 (0) | 2025.05.26 |
[생명의 삶 묵상] 민수기 29장 1절-11절, 새로운 시작을 회개와 정결함으로 (2) | 2025.05.25 |
[생명의 삶 묵상] 민수기 28장 16절-31절, 끊임없는 예배에 대한 요구, 단 한 번의 응답 (0) | 2025.05.2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