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무너져 내리고 하나님의 침묵만이 느껴질 때,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오늘 본문인 시편 74:1-11과 욥, 예레미야의 삶을 통해, 고난 속에서 드리는 정직한 탄식이 어떻게 위대한 믿음의 기도가 되는지 묵상하고 나눕니다. 절망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법을 배워 위로와 소망을 발견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절망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단단하리라 믿었던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하나님의 얼굴마저 가려진 듯한 깊은 침묵 속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순간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바로 그 지점에서 기도를 멈추고 하나님께 등을 돌립니다. 그러나 성경은 정반대의 길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우리에게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믿음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기도 사용 설명서’와도 같습니다.
시편 기자는 폐허가 된 성전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부르짖습니다. 그의 기도는 세 단계의 믿음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첫째, 그는 자신의 감정을 하나님께 솔직하게 부르짖습니다. “하나님, 어찌하여 우리를 이토록 오랫동안 버리십니까?”(1절) 이 질문은 믿음 없는 불평이 아닙니다. 의인 욥이 잿더미 위에서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며 하나님께 따져 물었지만, 결코 하나님을 저주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정직한 탄식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상한 마음을 원하십니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원망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주님께서 친히 값 주고 사신 주님의 백성을 기억하여 주십시오”(2절)라고 기도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아뢰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구원하신 나의 주님이십니다’라는 언약을 붙드는 것, 이것이 믿음의 탄식입니다.
둘째, 그는 무너진 현실을 하나님께 정직하게 아룁니다. 시편 기자는 마치 현장 기자처럼 “원수가 성소 안의 모든 것을 다 부수어 버렸습니다”(3절)라며 파괴된 현장을 상세히 보고합니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가 무너진 조국 예루살렘의 참상을 끌어안고 “여호와여 보시옵소서”(애 2:20)라며 울부짖었던 것처럼, 우리의 기도는 고통의 현실을 하나님께 그대로 가져가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모르셔서 알려드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 망가진 조각들을 내 힘으로는 절대 회복시킬 수 없음을 고백하고, 모든 것을 주님의 손에 맡기는 신뢰의 행위입니다.
셋째, 그는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도 그분의 행동을 믿음으로 간구합니다. 가장 큰 위기는 9절에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주님께서 보여 주시는 표적도 없으며, 예언자도 더 이상 없습니다.” 모든 소통이 끊긴 듯한 영적 암흑기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믿음과 불신이 갈립니다. 광야에서 물이 없자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안 계신가”(출 17:7)라며 하나님을 시험하는 불신의 원망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시편 기자는 다릅니다. 그는 “어찌하여 주님의 오른손을 품에 넣고만 계십니까?”(11절)라고 외칩니다. 이는 ‘하나님이 계시긴 한 건가?’라는 의심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일하실 능력이 있음을 내가 믿사오니, 제발 그 강한 손을 펴서 일하여 주십시오!’라는 믿음의 절규입니다. 불신의 원망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지만, 믿음의 탄식은 오히려 하나님께 더 가까이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삶의 폐허 더미 위에서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하고 계십니까?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분노와 눈물, 심지어 의심 가득한 질문까지도 다 받아주실 만큼 크신 분입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질문을 멈추고 하나님과의 대화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아픔과 무너진 현실을 그대로 가지고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십시오. 정직하게 부르짖고, 정직하게 아뢰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붙들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며 간구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기다리시는 믿음의 기도이며, 그 기도를 통해 마침내 일어서실 하나님의 강한 오른손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생명의 삶 묵상] 시편 75편 1절-10절, 누가 당신을 높여 주는가? (3) | 2025.06.13 |
---|---|
[생명의 삶 묵상] 시편 74편 12절-23절, 하나님은 나의 왕이시라 (2) | 2025.06.12 |
[생명의 삶 묵상] 시편 73편 15절-28절, 하나님, 나의 영원한 분깃 (1) | 2025.06.12 |
[생명의 삶 묵상] 시편 73편 1절-14절, 당신의 발이 미끄러질 때 (1) | 2025.06.12 |
[생명의 삶 묵상] 시편 73편 1절-14절, 세상의 불의함 속에서 믿음의 자리를 다시 찾다 (1) | 2025.06.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