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폐허와 같은 고난 속에서 절망하고 계십니까? 오늘 묵상 본문인 시편 74:12-23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하나님은 예로부터 나의 왕"이라 선포하는 믿음을 보여 줍니다. 혼돈을 다스리시고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 안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성도님이 설교 시간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계셨습니다. 예배 후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가가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멋쩍게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사실은 오늘 아침에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 깜빡 잊고 그냥 나왔지 뭡니까. 설교는 들어야겠는데, 목사님 얼굴은 안 보이고… 답답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함께 웃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얼굴을 잊고 살아갈 때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눈앞이 캄캄하고 답답한 상황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하나님을 보지 못하고 헤매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오늘 본문 시편 74편 12절-23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겪었던 극심한 고통과 절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성전이 무참히 짓밟히고 불타버리는 참혹한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대적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며 조롱했고, 성소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모든 회당을 불살랐나이다"(8절)라고 절규하며, 눈앞에 펼쳐진 폐허 속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성전과 예루살렘 성벽의 멸망은 단순한 건물의 파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신앙과 삶의 중심이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듯한 고통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버리셨다는 생각,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이 온 백성을 뒤덮었습니다. "우리의 표적은 보이지 아니하며 선지자도 더 이상 없으며 이런 일이 얼마나 오랠는지 우리 중에 아는 자도 없나이다"(9절). 그들은 영적인 암흑 속에서 하나님의 부재를 처절하게 느끼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조차 찾을 수 없는 막막함과 같았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인 고통을 넘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듯한 영적인 고통이었기에 더욱 깊고 아팠습니다.
시편 기자의 고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기치 않은 질병, 갑작스러운 사업의 실패, 깨어진 관계의 아픔 등 다양한 모습의 '폐허'를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렸고,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수많은 가정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청년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세대 간의 갈등과 사회적인 분열은 우리 공동체를 병들게 합니다.
마치 시편 기자처럼, 우리 역시 이러한 문제들 앞에서 "하나님, 도대체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부르짖을 때가 많습니다. 기도의 응답은 더디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을 때, 우리의 믿음은 흔들리고 마음은 무너져 내립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네가 믿는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라고 조롱하며 우리의 신앙을 시험합니다. 이러한 고통의 순간에 우리는 시편 기자처럼 깊은 탄식과 함께 하나님을 향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마주한 영적인 현실이며, 시편 기자의 기도가 곧 우리의 기도가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 놀라운 신앙고백을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예로부터 나의 왕이시라"(12절). 그는 현재의 고통스러운 현실 너머, 태초부터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바라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바다의 큰 용들과 악어의 머리를 깨뜨리시고, 리워야단을 물리치셨던 창조의 역사를 기억해 냅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하며, 혼돈과 무질서를 상징하는 거대한 힘들을 제압 하시고 질서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샘과 시내를 내시고, 강들을 마르게 하셨으며, 낮과 밤을 주관하시고 빛과 해를 만드신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합니다. 시인은 눈앞의 폐허가 아닌,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의 시선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부터 영원하신 하나님께로 옮겨주시는 것, 이것이 바로 문제 해결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권능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셔서 수많은 병자들을 고치시고, 귀신 들린 자를 자유케 하시며, 자연의 힘까지도 다스리셨습니다. 풍랑이 거세게 몰아치는 바다를 향해 "잠잠하라, 고요하라" 명하시자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졌습니다. 이는 혼돈을 다스리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권능이 예수님 안에 온전히 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죄와 사망이라는 인류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고 말씀하시며, 어떤 고난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왕이 되셔서 친히 우리의 모든 문제를 이기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마주한 삶의 폐허 앞에서 더 이상 절망하지 마십시오. 우리 하나님은 예로부터 우리의 왕이십니다. 창조의 권능으로 혼돈을 다스리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사망 권세를 이기신 전능하신 하나님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이제 우리는 고통의 문제에만 매몰되었던 시선을 들어, 온 우주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문제를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아뢰되, 그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시편 기자가 "주의 비둘기의 생명을 들짐승에게 주지 마시며 주의 가난한 자의 목숨을 영원히 잊지 마소서"(19절)라고 기도했던 것처럼, 우리를 결코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언약을 굳게 붙드십시오. 왕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손을 붙잡고 계시니,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 능력의 손을 의지하여 믿음으로 세상을 향해 담대히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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