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2장 9-16절 새벽예배 설교입니다. 미리암의 사건을 통해 죄의 결과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보지만, 회개(메타노이아)와 중보기도를 통해 임하는 회복과 하나님의 은혜(카리스)에 초점을 맞춥니다. 심판 속에서도 소망과 위로를 얻는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고요한 새벽, 세상의 소음이 잠들고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이 귀한 시간에 함께 예배하는 성도 여러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매일마다 말씀을 통해 성도들과 교제하며 제가 깊이 깨달은 것은, 우리의 삶이 때로는 깊은 밤과 같을지라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어김없이 새벽을 여시고 새로운 은혜를 베푸신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민수기 12장 9절부터 16절 말씀은, 인간의 연약함과 죄의 결과라는 어두운 밤을 통과하여, 마침내 하나님의 회복시키는 은혜라는 밝은 새벽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귀한 이야기입니다. 이 새벽,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어둠 속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새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본문은 "여호와께서 그들을 향하여 진노하시고 떠나시매"라는 엄중한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미리암과 아론, 그들은 누구보다 모세 가까이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목격했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인 시기와 불만으로 하나님의 세우신 질서와 그분의 말씀하시는 방식을 비방했을 때, 하나님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진노하셨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이 상하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거룩하심(Holiness)이 침해당했을 때 나타나는 의로운 반응입니다. 전문적인 연구들에 따르면, 하나님의 진노는 그분의 절대적인 순결함과 질서가 죄로 인해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시는 속성에서 비롯됩니다.
그 결과, 미리암은 즉시 나병에 걸려 온몸이 눈처럼 하얗게 되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나병은 끔찍한 질병일 뿐 아니라, 부정을 상징하며 공동체로부터, 그리고 거룩하신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했습니다. 이것이 죄의 결과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죄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거룩함'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개념을 신약의 빛 아래서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헬라어 '하기아스모스'(ἁγιασμός)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기아스모스'는 '성화', '분리됨', '하나님을 위해 구별됨'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거룩하시며, 그분의 백성 또한 세상과 구별되어 거룩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미리암과 아론의 죄는 바로 이 하나님의 거룩한 질서와 구별됨을 깨뜨린 행위였습니다. 우리 삶의 자리는 어떻습니까?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우리의 말과 생각이 구별되어 있습니까?
끔찍한 현실 앞에서 아론은 즉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습니다. 그는 모세에게 달려가 "슬프도소이다 내 주여 우리가 어리석은 일을 하여 죄를 지었으나 청하건대 그 벌을 우리에게 돌리지 마소서"라고 부르짖습니다. 변명이나 합리화는 없었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행동이 '어리석은 일'이었고 명백한 '죄'였음을 인정하며 자비를 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개(Repentance)의 시작입니다. 여러 신학 블로그에서도 지적하듯이, 진정한 회개는 자신의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회개'를 뜻하는 헬라어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메타노이아'는 단순히 감정적인 후회를 넘어 '마음의 완전한 변화', '생각의 방향 전환', 즉 하나님께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돌이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론의 고백 속에서 우리는 이 '메타노이아'의 시작을 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세의 반응입니다. 자신을 비방하고 권위에 도전했던 누이를 위해, 그는 즉시 하나님께 엎드려 "하나님이여 원하건대 그를 고쳐 주옵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원망이나 정죄가 아닌, 오직 사랑과 용서에 기반한 중보기도였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모세의 이 기도가 장차 우리를 위해 중보 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학습 내용 4).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안에 아론과 같은 정직한 회개가 있습니까? 또한 모세와 같이, 상처를 넘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사랑의 마음이 있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미리암을 고쳐주시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7일 동안 진영 밖에 격리하라고 명하십니다. 이는 아버지에게 침 뱉음을 당한 딸이 겪는 수치와 같이, 그녀의 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7일은 미리암에게는 깊은 반성과 회개의 시간이요,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게는 하나님의 권위를 경외하고 죄의 결과를 배우는 교육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진짜 목적은 영원한 형벌이 아니었습니다. 7일이라는 시간은 끝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7일 후, 미리암은 다시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Grace)입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셔서 죄를 간과하지 않으시지만, 동시에 자비로우셔서 회개하고 돌아오는 자에게 회복의 길을 열어주십니다. 많은 연구들은 이 징계가 단순히 벌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연단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이 '은혜'를 신약의 언어로는 '카리스'(χάρις)라고 합니다. '카리스'는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호의', '받을 자격 없는 자에게 베푸시는 선물', '조건 없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미리암은 자신의 죄로 인해 영원히 버려질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징계라는 과정을 통해 그녀를 정결케 하시고 다시 받아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카리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입니다. 비록 기다림과 연단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끝에는 하나님의 회복시키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민수기 12장의 말씀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닫습니까? 죄의 결과는 두렵고 고통스럽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우리의 죄는 반드시 드러나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우리가 '메타노이아', 즉 진정한 회개로 나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모세와 같은 중보자의 기도를 기쁘게 들으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징계 속에서도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카리스', 그 놀라운 은혜로 우리를 회복시키고 다시 품어주시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이 새벽, 우리의 삶을 돌아봅시다. 혹시 우리 안에 미리암과 같은 불평과 교만은 없습니까? 영적인 나병과 같이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죄는 없습니까? 만약 있다면, 아론과 같이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 고백하며 '메타노이아'의 은혜를 구합시다. 또한 모세와 같이 서로의 연약함을 위해 눈물로 중보 합시다. 때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그 시간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카리스'를 신뢰하며 인내합시다.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회복시키시고, 이 새벽과 같이 새로운 은혜로 우리 삶을 밝히실 것입니다.
거룩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이 고요한 새벽에 주님의 말씀을 통해 저희를 깨우쳐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의 연약함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여 주시고, '메타노이아'의 참된 회개에 이르게 하옵소서. 모세와 같이 서로를 위해 사랑으로 중보하게 하시고, 혹 연단과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할지라도, 주님의 변함없는 '카리스'를 신뢰하며 소망 가운데 인내하게 하옵소서. 오늘 하루도 주님의 은혜 안에서 거룩하고 복된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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